
합과 충, 끌어당김과 부딪침
여덟 글자는 표에 따로따로 놓여 있는 게 아니에요. 서로 끌어당기고 부딪쳐요. 글자끼리도 사이가 있다는 뜻이에요. 이번 편에서는 그 사이를 부르는 이름인 합과 충을 봐요.
시리즈 공통 예시 사주(1997년 8월 25일 오전 4시 15분생)
이번 편의 주인공은 시지 寅(인)이에요. 월지 申(신)과 부딪치고, 일지 亥(해)와 묶여요.
합은 끌어당김이고 충은 부딪침이에요
합(合)은 끌어당김이에요. 둘이 묶여서 하나처럼 움직여요. 충(沖)은 부딪침이에요. 둘이 서로를 흔들어요.
합이 되면 원래 하던 일을 덜 해요. 묶여 있으니까요. 충이 되면 둘 다 흔들려요. 대신 움직임이 생겨요.
지지 육합은 짝을 지어 끌어당기는 여섯 쌍이에요
열두 지지를 원으로 놓고 子와 丑 사이에 거울을 세운다고 생각해 보세요. 거울을 사이에 두고 좌우로 짝이 되는 여섯 쌍이 육합이에요. 외우기 어려우면 아래 여섯 쌍만 눈에 담아 두면 돼요.
- 子丑(자축), 寅亥(인해), 卯戌(묘술)
- 辰酉(진유), 巳申(사신), 午未(오미)
예시 사주에는 寅亥가 있어요. 일지 亥와 시지 寅이 묶여 있어요.
지지 충은 정반대끼리 부딪쳐요
원에서 정반대편, 그러니까 여섯 칸 떨어진 짝 여섯 쌍이에요.
- 子午(자오), 丑未(축미), 寅申(인신)
- 卯酉(묘유), 辰戌(진술), 巳亥(사해)
예시 사주에는 寅申이 있어요. 월지 申과 시지 寅이 부딪쳐요. 정반대라는 게 계절로도 보여요. 寅은 봄이 시작되는 자리이고 申은 가을이 시작되는 자리예요. 방위로도 동쪽과 서쪽이에요.
삼합은 셋이 모여 새 기운을 만들어요
네 칸씩 떨어진 셋이 모이면 하나의 큰 기운이 돼요. 寅午戌(인오술)은 화, 巳酉丑(사유축)은 금, 申子辰(신자진)은 수, 亥卯未(해묘미)는 목이에요. 셋이 다 있으면 삼합(三合), 둘만 있으면 반합(半合)인데 반합은 힘이 약해요.
예시 사주에는 삼합도 반합도 성립하지 않아요. 丑(축)은 巳酉丑 조인데 巳도 酉도 없고, 申은 申子辰 조인데 子도 辰도 없고, 亥는 亥卯未 조, 寅은 寅午戌 조인데 역시 나머지가 없어요. 네 지지가 각각 다른 삼합조에 하나씩 들어가 있는 거예요. 뭉치는 힘이 없는 구성이에요.
천간에도 합이 있어요
천간의 합은 다섯 걸음 떨어진 짝 다섯 쌍이에요. 甲己(갑기), 乙庚(을경), 丙辛(병신), 丁壬(정임), 戊癸(무계)예요.
예시 사주의 천간은 丙, 己, 戊, 丁이에요. 짝이 되는 辛, 甲, 癸, 壬이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넷 다 짝이 지장간에는 있다는 점이에요. 丙의 짝 辛은 丑 속에, 己의 짝 甲은 寅과 亥 속에, 戊의 짝 癸도 丑 속에, 丁의 짝 壬은 亥와 申 속에 숨어 있어요. 겉으로는 아무도 묶여 있지 않다는 뜻이에요.
예시 사주에서는 寅 하나가 합과 충에 동시에 걸려요
시지 寅이 일지 亥와는 육합으로 묶이고, 월지 申과는 충으로 부딪쳐요. 한 글자가 두 관계에 동시에 걸려 있는 거예요. 이런 걸 합충이 겹친다고 해요. 실제 사주에서 자주 나오는 모양이에요.
붉은 실선이 寅亥 육합, 점선이 寅申 충이에요. 두 선이 모두 시지 寅에서 나가요.
읽는 법은 두 갈래예요.
- 합이 충을 눌러 주기도 해요. 亥가 寅을 붙잡고 있어서 寅申충이 덜 흔들려요
- 충이 합을 깨기도 해요. 申이 寅을 치면 寅亥합도 같이 풀려요
어느 쪽이 이기는지는 세 글자 중 어느 쪽이 더 센가에 달렸어요. 그 힘을 재는 법은 다음 편 신강과 신약에서 봐요.
합이 좋고 충이 나쁜 건가요
아니에요. 오행의 상극이 나쁜 게 아니었던 것과 같은 이야기예요.
합이 늘 좋지는 않아요. 묶이면 제 일을 못 하니까, 필요한 기운이 합으로 묶이면 손해예요. 충이 늘 나쁘지도 않아요. 흔들림은 곧 움직임이라서, 고여 있는 사주에 충이 오면 오히려 풀려요.
예시 사주는 흙이 셋으로 무거운 편이에요. 이런 사주에는 寅申충 같은 흔들림이 오히려 숨통이 되기도 해요. 합과 충은 좋고 나쁨이 아니라 상황이에요. 무엇이 묶이고 무엇이 흔들리는지가 중요해요.
이 편에서 짚은 것
- 합은 끌어당겨 묶는 것, 충은 부딪쳐 흔드는 것이에요
- 지지에는 육합과 충과 삼합이, 천간에는 다섯 걸음 떨어진 합이 있어요
- 좋고 나쁨이 아니에요. 무엇이 묶이고 무엇이 흔들리는지가 중요해요
